[Abstract]
무엇을 한국인을 한국인으로 규정하는 것일까? 자기실현은 개인 무의식 뿐만 아니라 집단 무의식의 욕구를 인식하는 작업도 요청된다. 한 개인이자 인간이면서도 한국인인 나다움은 어디서 근거를 찾을 수 있을까?
보편적 인간심성
자기실현 또는 개성화가 보편적인 인간심성이며 인간의 원초적 조건이라면 그것은 우리의 전통문화 속에서도 어떤 형태로든 발견될 것이다. 사상으로서, 또는 실천방법으로서, 혹은 무엇보다 상징의 형태로 존재할 것이다. 그것은 융이 자기실현과 개성화를 말하기 훨씬 전부터 이 땅에 존재해온 것이다.
이부영, 『자기와 자기실현』, 한길사, 2021, p.247.
인간이기에 갖고 있는 심성은 칼 융이 내담자들을 분석했기 때문에 존재하는 사실이 아니다. 이부영은 융이 자기실현과 개성화를 말하기 이전부터 존재해온 사실이 바로 인간을 인간다움으로 향하게 해주는 심성이 바로 인간을 조건짓는 원초적 조건이라고 한다.
인간의 무의식적 욕구는 문화와 신화들을 통해서 표출된다.1 이부영은 신화와 민담은 집단적 무의식의 원형상들을 담고 있는 문화의 그릇이라고 한다.(2021. 247) 현대 한국인들의 무의식을 살펴보기 위해서는 당연하게도 한국의 신화를 연구할 필요가 있다. 당연하게도 해당 민족집단 또는 문화집단에 가장 가까이 있고 집단성원의 의식과 무의식의 토대를 제공하기 때문이다.(ibidem)

단군신화

단군신화는 한국인들의 정신과 철학을 볼 수 있는 기초 구조다. 한자경은 단군신화2를 한국사상의 원형으로서 제시한다. 한자경에 따르면, 단군신화에 등장하는 첫 인물인 환인은 천신으로 인간 세계 외부인 하늘에 존재하는 외적 초월신이고 지상 너머의 천에 대한 숭배와 신앙은 외적 초월신에 기반한 것이다. 단군신화가 지상 너머의 천신인 환인으로부터 시작한다는 것은 한국인에게 외적 초월신에 대한 관념과 그에 대한 신앙이 있었음을 보여준다. 그런데 환인의 아들인 환웅은 인간세계로 와서 지상에서 홍익 인간의 이념을 실현하고자 한다. 또한 웅녀와 결혼해 단군을 낳게 되며, 환웅의 신성은 단군의 인간성 안에 내재화된다.(2008. 27)

즉, 한국철학의 맥은 최초의 한국인의 얼이라고 할 수 있는 단군신화에 기반하고 있다. 환웅은 하늘의 것, 웅녀는 땅의 것, 단군은 하늘과 땅 사이에 있는 것, 즉, 인간人間이다.
이부영은 이러한 단군신화의 흐름을 한국인으로 말하는 집단적 무의식 속 자기원형의 형태로 존재하고 있다고 한다. 하늘과 땅은 모두 무의식을 상징한다.(2021. 250-1) 즉, 하늘과 땅이 하나됨으로서 단군이라는 인간의 탄생은 대극합일로서 자기실현을 상징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 융 심리학에서 인간 무의식은 개인무의식 보다 더 깊은 층에 있는 집단무의식의 존재를 말한다. 마이클 포댐(Michael Fordham)은 두 번째 무의식의 층인 집단무의식은 꿈과 적극적 상상, 신화와 동화, 마법과 종교와 같은 다양한 문화의 모습으로 나타난다고 한다. 또한 이러한 모든 현상의 근원에는 원형(archetype)이 자리하고 있다고 본다. 즉, 인간심성에는 선천적이면서도 집단적이고 초월적인 원형 구조가 존재하고 이것은 꿈, 신화, 종교, 환상 등으로 말할 수 있는 문화적 양상으로 나타난다. 포댐은 융의 임상 사례를 소개한다. 융이 경험한 한 내담자의 꿈은 내담자의 어린 시절 기억이나 지식과 무관하게 매우 원시적이고도 원초적인 관념을 표현했다. 개인의 삶의 층위를 벗어나 신화적 구조를 가졌다는 것은 한 개인의 심리적 투사에는 인간으로서의 공통된 객관적 신화(objective myth)가 창조된다고 한다. 다시 말해, 신화와 문화는 한 개인, 집단에 속한 개인의 무의식에서 패턴으로 재현되고 있다. (Michael Fordham, Jungian Psychotherapy A Study in Analytical Psychology, Maresfield Library, 1978, pp.4, 12-3. 참조.) ↩︎
- 일제강점기, 최남선(崔南善, 1890-957)은 식민지 시절 한국(조선)민족의 정체성과 민족문화의 고유함을 밝히려는 운동과 함께 거론되는 인물이다. 최남선은 단군조선에 이르기까지의 국가 형태를 단군신화에 따라 세 단계로 구분한다. 제1단계는 단군신화에서 “옛날에 환국이 있었다[昔有桓國].”의 ‘환국시기’로서 최남선은 환국을 한국韓國으로 읽는다. 환은 우리말 한의 한자 표기로서 ‘한’은 큰, 하나, 하늘의 의미를 가지고 이 한이 한자로 한韓으로 표기되기도 하고 환桓으로 표기되기도 했다는 것이다. 제2단계는 신시神市시기로서 환웅천왕 시대로 표현되는 시기다. 이때 이족 동화에 주력해, 그중의 일족인 신웅씨와 혼인해서 아들을 낳는데 그가 왕검이다. 제3시기는 단군조선시기로서 단군 왕검으로 시작되는 시대다. 또한 최남선은 단군에 대해서도 새로운 해석을 제시한다. 단植은 인명이 아니고 국명이며 국호를 지명에 따라 정한 것이자 단군은 역대 임금의 총명이라는 것이다. (한자경, 『한국철학의 맥』, 이화여자대학교출판문화원, 2008, pp.20-1. 참조.) ↩︎
[참고문헌]
- Michael Fordham, Jungian Psychotherapy A Study in Analytical Psychology, Maresfield Library, 1978.
- 이부영, 『자기와 자기실현』, 한길사, 2021.
- 한자경, 『한국철학의 맥』, 이화여자대학교출판문화원, 2008.